대선후보,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려면 파업에 답하라

-이대목동병원 노조 파업현장에 다녀와서-

사)희망연대 대표 박일남

추석을 몇일 앞둔 9월 28일 지역시민단체가 이대목동병원 노조 파업 농성장을 찾았다. 이대목동병원 노조는 이 날로 파업 24일째를 맞았다. 노조에서는 법정준수사항인 직장보육시설 설치, 생리휴가 및 육아휴직 인정, 간호사 인력 충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인금인상을 요구하는데, 병원측은 협상을 하면서도 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한 행동을 보여 왔다. ‘알고보니 뒤에는 창조컨설팅 심종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지부장은 말했다.

국회에서 창조컨설팅이 노조파괴, 무력화를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폭력, 협박의 배후주범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자 의료원 측이 창조컨설팅과 계약을 해지하였다. 그러나 병원의 중간관리자들이 창조컨설팅의 교육을 받고나서 ‘노조간부들이 현장을 방문하면, 중간 관리자가 카메라 들고 쫓아오고, 조합원이 농성장을 찾으면, 어디 가느냐 자의로 참가하느냐 물어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는 것이다.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는 이대목동병원 중간관리자 교육에서 노조는 적이라고 강조한 바가 있다.

노조에서는 추석전 타결을 바라고 있으나 병원측은 오히려 기존의 노사동수의 징계위원회 폐기를 들고 나와 노조는 이를 거부하여 파업은 추석을 지나 장기화될 전망이다. ‘노사동수의 징계위원회 폐기는 곧바로 파업참가자의 징계로 이어지고 이는 노조무력화내지 노조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부장은 강조하였다. 병원 측은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파업을 장기화시키고 노조원의 힘을 빼 노조가 저절로 무력화되길 바라는 의도가 엿보인다.

노조가 파업을 하여도 필수인력유지제도가 있어 병원은 타격을 받지 않고, 노조가 장기파업하면 견디기 어려우므로 조합원은 파업 대열에서 이탈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병원에서는 의사, 간호사 등만 직접 고용하고 경비, 청소는 물론이고 원무과도 대부분 외주를 준다는 것이다. 이대병원은 최근 마곡지구에 토지를 불하받아놓고 있어 조만간 병원을 세울 계획이다. ‘노조가 비정규직도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시퍼렇게 살아있다면, 외주를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지부장은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말하는데 노조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생산활동이 자본과 노동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노조를 적으로 보고 있는데, 생산효율이 올라 갈 리 만무한 것이고, 병원 중간간부가 노조원을 압박하여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는데 노조원은 긴장할 수밖에 없고 병원안의 긴장감을 좋은 스트레스라고 여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을 인간답지 않게 취급하면서 경제민주화는 이루어 질 수 없다.

파업은 단결권과 교섭과 함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3대 권리이다. 법과 권리는 멀고, 사용자의 돈벌이 수단은 권력과 돈으로 보호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사업장에서부터 민주적 절차가 보장되어야 한다.

9월 28일로 파업 24일을 맞는 이대목동병원에 지역 시민단체들이 파업을 지지하는 현수막을 이대목동병원 주변에 내걸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가 수상하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모든 예비후보자가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경제민주화가 시대의 대세가 된 것이다. 부의 양극화, 경기의 양극화, 고용없는 성장 등 빈부의 차이가 심해졌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자유도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당연히 등장한 과제이다.

민주화하면 독재정권에 맞서 절차적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등 기본적 자유를 주장하는 것으로 들린다. 그런데 앞에 경제가 붙은 경제민주화는 경제분야에서 강자가 약자를 약탈하는 정글의 법칙을 사람이 지배하는 경제로 바꾸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제민주화는 경제분야에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무엇이냐하는 논쟁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즉, 거대자본의 독과점 횡포를 어떻게 규제하느냐, 재벌과 소상공인과의 경쟁을 어떻게 공정하게 하느냐 로 들린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리재벌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 금산분리, 일감몰아주기 규제,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중소기업 사업영역 보호, 재벌대형마트 규제 등 논란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민주화의 다른 축인 노동정책에서는 기껏해야 일자리 창출 정도가 논의되고 있다. 노동분야에서는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도 비정규직의 차별, 1일 12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노동, 실업 등이 지금까지 논란되어 온 문제들이다. 22명을 죽음으로 몰고간 쌍용자동차 사태를 공지영 작가는 ‘의자놀이’로 표현했다. 참가인원보다 적은 수의 의자를 놓고 사람을 탈락시키는 의자놀이 방식의 노동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쌍용차노조는 회사 회생방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요구하였는데도 사용자는 너 죽고 나 살자고 댐벼들었다. 고용없는 성장이 대세라는 또다른 표현이다.

노조를 적이라 하고 정책, 화장실에서 밥먹는 청소아줌마에게 품격있는 노동을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노조다. 이대목동병원 노조처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세우고, 청소하는 아줌마가 노조를 만들어 자기 권리를 찾는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민주화세력이다. 박정희 치하에서 똥물을 뒤집어쓰고 노조를 만든 동일방직노조나 87년 여름 노동자대투쟁 이후 성장해온 노조나 독재와 재벌의 횡포에 맞서온 민주화세력이다. 유럽에서도 복지정책을 발전시켜온 세력 중 하나가 노동조합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돈과 노동이라는 두 축으로 돌아간다. 돈을 갖고 있는 재벌에 대한 개혁만큼이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정책, 노동 정책의 개혁은 경제민주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이 아닌 로봇 노동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대선후보는 경제민주화가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면, 진정성있는 주장이라면, 이대목동병원노조 파업에 답해야 한다.